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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되는 농촌 아이들] (상) 복지 사각지대

  • 부산일보
  • 2005-05-04
  • 조회수 603

'아파도 배고파도 그냥 참고 넘겨요'
병원 멀고 데려다 줄 사람도 없어
대부분 영양결핍에 한두가지 질병
보육시설 부족 일부 웃돈 요구까지


지난해 말 경남도내 한 농촌의 주택에서는 현진이(4·가명)가 아사 직전에 우연히 이웃 주민들에
게 발견됐다. 발견 당시 현진이는 추운 겨울에 난방시설도 안된 방에서 며칠을 굶었는지 피골이
상접했고,눈에는 초점도 없었다는게 주민의 연락을 받고 간 시민단체 관계자의 말이다.
도시에 살다가 부모의 이혼으로 어머니와 형(7)과 함께 이곳에 들어와 살던 현진이는 지난해 11
월 1년여만에 온 아버지가 어머니를 자주 구타하는 바람에 어머니가 집을 나가고 며칠 뒤 아버지
도 종적을 감춘데 이어 함께 있던 형마저 가출해버리자 추운 겨울 혼자 방안에서 추위와 무서움,
배고픔에 떨고 있다가 가까스로 발견됐다.

우리 농촌의 사회안전망이 얼마나 허술한가를 보여준 단적인 사례이다.

사회의 관심에서 밀려나 방치되고 있는 농촌지역 가난한 아이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각종 복지
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현진이의 경우도 가까운 어린이집이라도 다닐 수 있었다면 이런 극한 상황은 모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우선 농촌지역의 경우 아이가 다쳤을 때 찾아갈 의료시설도 멀고 열악해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병원비는 차치하더라도 방과 후 혼자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사고가 발생해도 병원
에 데려다 줄 사람조차 없는 실정이다.

진주시의 한 농촌마을에서 할머니(91)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 미순(7·가명)양 자매도 이런 경우.
얼마전 동생(5)이 놀다 언덕에서 떨어져 다리가 다쳤는데도 병원에 데려가줄 사람이 없어 미순
이가 약국에서 약을 사서 바른게 전부였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농촌지역의 가난한 아이들에게는 이가 아프다거나 단순한 배앓이 정도는 혼
자서 아픔을 참다 그냥 넘기는 경우가 허다한 실정이다.

이같은 현실은 김해지역의 한 시민단체가 최근 농촌지역 차상위계층 아동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무료진료 결과 여실히 나타났다.

김해지역 시민단체 '생명나눔재단'이 최근 농촌지역 차상위계층 등 아동 20명을 대상으로 김해
중앙병원에 의뢰,무료진료를 실시한 결과 아동 대부분이 기본적인 영양결핍 상태와 치아질환을
앓고 있는 등 한 두가지 이상의 질병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중 4명의 아이는 피부질환을 심하게 앓고 있었으며 기생충(요충)이 발견된 아이도 3명이나
됐다. 특히 한 아이(7)의 경우 안경을 벗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정도인데도 가정형편상 병원
에 한번 가보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7살과 6살짜리 아이 둘은 각각 심장질환과 소화장애 등이 의심돼 정밀조사를 받아야 하는 것
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대다수 아이들이 질병에 노출돼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가정형편이 어렵다거나 아무도 신
경을 써주지 않는 바람에 병원에 한 번 못가보고 있는 실정이다.

도시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보육시설도 농촌지역 아이들이 겪어야 하는 고통이 되고 있
다. 농촌의 경우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이 도시에 비해 훨씬 부족한데다 집에서 거리도 멀어 데려
다주기가 힘든 경우가 많다.

특히 기초생활수급자 아동의 경우 보육료를 정부에서 전액 지원받지만 차상위계층은 일부만 지
원받고 있다.

이 때문에 차상위계층 아이들이 보육시설을 이용하려면 적게는 5만원에서 많게는 10만원까지 내
야하는데 일부 보육시설의 경우 웃돈마저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가난한 농가에 더 큰 부담으
로 작용하고 있다.

김해지역 시민단체 생명나눔재단 김소연 간사는 "아무래도 농촌이 도시에 비해 보육이나 의료면
에서 상대적으로 열악해 농촌에서 생활하는 상당수 차상위계층 아이들이 더 힘들게 살고 있
다"며 "농촌지역 아이들에게만이라도 기초생활보장수급자의 범위를 확대해 적용하는 방안들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성기자 paperk@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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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김해시 한 농촌마을에 살고 있는 예진이(8·여·초등 2년·가명)는 방과후 오늘도 어김없이 TV
앞에 앉았다. 동생(3)과 함께 노는 것도 더 이상 재미가 없고,얼마 안 되는 동네 친구들은 이미
학원 등에 가버렸기 때문이다.
예진이는 다른 친구들처럼 학원이나 오락실에 갈 수가 없다. 1년 전만 해도 미술학원을 다니며
친구들과 어울렸지만 부모가 이혼하면서 형편이 어려워져 포기했다.


함께 살고 있는 아버지는 돈벌이를 위해 도시로 일하러 다녀 일주일에 한번 얼굴 보기도 힘들
다. 집에는 할아버지(70) 할머니(67)가 계시지만 할아버지는 하반신 장애인으로 할머니 수발에
의존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할머니는 아이들에게까지 제대로 신경 쓸 여력이 없다. 설상가상으로
사촌동생(5)도 부모의 이혼으로 함께 생활하고 있다.


예진이네 한 달 수입은 아버지가 보내주는 약간의 생활비와 틈틈이 일하러 나가는 할머니의 일
당을 합쳐 고작 50만원선. 이 돈으로 할아버지 약값을 대고 생활을 해 나가야 한다. 아이들이 아
프기라도 하면 당장 병원에 데려다 줄 사람도 없지만 아무런 대책 없이 이렇게 살고 있다.


예진이 할아버지는 "얼마 전 아이가 배가 아프다고 했지만 농촌엔 낮에 사람들이 없어서 보건소
에 데려다 달라고 부탁할 곳이 없었다"며 "아프다고 우는 아이를 눕혀 놓고 배를 만져준 게 전부
였다"고 말했다.


농촌의 가난한 아이들이 방치되고 있다.


모두가 떠나간 농촌에서 외롭게 살고 있는 이 아이들은 열악한 복지나 의료,교육 시스템 등으로
도시 아이들보다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농촌에 남아 있던 마을 공동체의식은 퇴색해버린
지 오랜데다 무엇보다 동네에 사람들마저 별로 없어 이웃의 보살핌도 기대하기 힘든 형편이다.


이 때문에 몸이 아파도 먼 거리에 있는 병원이나 보건소에 가기를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농
어촌 학교 통폐합으로 1시간 이상 걸어다니는 아이들도 많지만 교통사고 등으로부터 별다른 보
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정부 지원을 받는 기초생활보장수급자에서 제외된 가구의 아이들은 더 힘들게 살고 있다.


현재 경남도 내 기초생활보장수급가구(소득수준 최저생계비 이하)는 1천894가구 4천88명. 하지
만 최저생계비(4인가족 기준 113만6천332원)의 120%까지 소득이 있다는 이유로 의료급여 등 극
히 일부만 지원받는 차상위계층은 2천495가구 5천818명으로 추정돼 기초생활보장수급가구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최저생계비의 150%까지 소득이 있다는 이유로 정부 지원
을 전혀 못받는 가구도 2천981가구 7천422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은 사실상 모든 사회안전망에서 제외된 채 힘들게 살고 있는 처지이다. 하지만 이들 가구나
그 아이들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런 실태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 얼마나 많은 농촌 아이들
이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지 파악조차 안 되고 있는 실정이다. 백남경·김진성기자


paperk@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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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생활보장수급대상자 선정기준에서 벗어나 있으면서도 현실적으로는 이들 아이들보다 더
딱한 처지에 놓인 애들이 많습니다. 사실상 방치되다시피한 농촌지역 차상위계층 아이들에 대
한 실태조사가 우선 급하고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선정 평가기준도 도시와 농촌 등 지역적 특성
에 따라 차등 적용해 하루빨리 대책이 세워져야 합니다."
진주시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 강길선(43·여·명석어린이집원장·사진)씨는 최소한의 복지
혜택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농촌지역 차상위계층 아이들에 대한 보육지원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고 말했다.

강 원장은 "현행 국민기초생활수급대상자 선정 기준이 너무 획일화돼 있어 다양하고 복잡한 우
리사회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도시 빈민층보다 더 열악한 농촌의 가난한 아이
들을 위한 융통성 있는 시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강원장은 한 가정의 경우 어머니가 가출하고 아버지는 타지로 떠다니며 9순인 할머니가 어린 손
녀들과 최저 수준 이하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으나 관련서류상으론 이혼가정이 아닌데다 전답
등 약간의 재산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수급자선정 대상이 안돼 이들 자매가 농촌의 어린이집조
차 다니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워 했다.

강 원장은 "당국의 제도적 틀 속에 포함돼 지원을 받고 있는 결손가정이나 소년소녀가장세대의
아이들과 달리 최악의 상황에서도 아무런 사회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농촌 아이들을 구제하는
대책이 하루속히 마련돼야 한다"며 "면 단위 이하 농촌지역 아동복지 사각지대에 대한 특별법 제
정 등을 통해 미래 우리사회가 어차피 떠맡아야 하는 사회적 재앙을 미리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
다. 이선규기자 sunq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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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8·가명)이는 오늘도 할머니가 깨우는 소리에 일어났다. 할머니가 공장 일을 나가시는 날이
라 아침부터 정신없이 바쁘신 것 같았다. 할아버지와 같이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학교로
향했다.
집에 두고 나온 동생들도,거동이 불편한 할아버지도 모두 걱정이 되지만 별 수 없다.

'생명학교' 아저씨들이 보내주는 통학버스가 왔다. 한 달 전부터 타고 다닌다. 한 달 전까지만 해
도 학교를 가기 위해선 30분이나 걸어야만 했다. 다른 아이들은 아빠 차나 학원버스,어린이집 버
스로 학교에 다니지만 그런 건 꿈도 못꿨었다. 그래도 1시간 이상 걸어서 오는 아이들에 비하면
괜찮은 편이었다. 걸어다닐 땐 학교를 가기 위해 4차선 도로를 건너면서 과속으로 달리는 차량
들 때문에 무서웠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학교에 도착하면 다리에 힘이 빠지곤 했었다.

수업이 끝나자 마자 동생들이 생각나 곧장 집으로 왔다. 할아버지는 방안에 누워계시고 동생들
은 마당에서 흙장난이 한창이었다. 동생들을 데리고 인근 놀이터에 나갔다. 놀이터는 이미 텅 비
어 있었다. 다른 아이들은 학원이나 어린이집 등에 간 모양이다. 동생들을 데리고 집으로 왔지
만 먹을 것이라곤 아무 것도 없었다. 할 수 있는 건 동생들과 함께 TV를 보면서 할머니가 돌아오
시기만을 기다리는 것 뿐이었다.

우리집은 할아버지가 장애인인데다 할머니가 공장을 다녀야 하는데도 아버지가 생계용이지만
중고차량을 갖고 있어서 정부에서 도와주지 않는다고 동네 아저씨가 말씀하셨다. 생명학교 아저
씨는 "차라리 아빠가 트럭을 팔아버리면 오히려 생활이 나아질 것"이라는 얘기도 하셨다.

할머니는 어제 내가 잠든 사이 아빠가 다녀갔다고 말씀하셨다. 오늘은 꼭 아빠를 보고 잘거라고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이제 9시밖에 안됐는데 자꾸만 눈이 감긴다. 오늘도 아빠를 못볼 것 같
다. 김진성기자